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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없이 사는 나날..

4월 19일 - 1985년

새벽 4시 즈음에 뜬금없이 컴퓨터를 켜서는 아무 의미없이 이글루에 들어와 포스팅을 쭉 읽고 있었다. 문득 초록불님의 포스팅에서 4월 19일이란 포스팅을 보고는 '19일이 왜? 아.. 오늘 19일이었던가? 카페 강의가 오늘이었지..항상 돌아오는 셋째주 토요일..' 란 생각에 잠오는 눈을 비비며 포스팅 몇줄을 읽어나갔다.

...이런 젠장.. 내가 너무 생각없이 사는 구나.. 4.19 란 생각을 못하다니.. 명색이 역사를 전공한다는 놈의 머리에서 어떻게 이따위 발상 밖에 안떠오르는 거지? 생각없이 사는 나에게 4월 19일이란 아무 생각없이 일상을 살아가며 같지도 않은 공부를 한답시고 방에 처박혀서 헛짓거리 하는 시간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그나마도 언급한 공부라고 한 것에 실증을 느끼노라면 그것마저도 제대로 안하고 있으니..

85년의 대학교 1학년들은 1분 1초의 시간이라도 참으로 치열하게도 살았다. 과연 내가 대학교 1학년이었을 때 나의 삶이란? 그리고 지금은? 난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남에게 얘기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졸렬하기 그지없다. 환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건 양반일 정도면 말 다했다. 물론 뭔가를 제대로 쌓아놓은 것도 없다.(지식? 돈? 인간관계? 그 어느 것도.. 청운의 꿈을 품었던 대학교 입학식으로부터 7년이 넘게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가 비록 시공간의 맥락적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삶의 선택에 있어서 나란 놈의 선택은 너무도 한심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다.

4.19를 아무 의미도 없는 4월 19일이라고 넘어갔으니.. 그게 잠이 덜깨서 그런 것이란 변명은 통하지 않느다. 4월 18일 어제, 평섬한 일상에서 그나마 나에게 어떤 별다른 일이라고 해봐야, 동네 슈퍼에서 파는 펩시콜라가 코카콜라에 비해 600원이 싸다는 걸 알고 광분했다는 것 뿐..(이쯤이면 얼마나 생각없이 사는 건지 말 다한거 아닌가?)  과연 내가 역사를 전공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역사 교사를 지망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얼마전 죽마고우 한 녀석이 대기업에서 연봉 3천 받는 자리에 취직되었다고 연락을 해왔다. 이른바 취업이 드럽게도 안된다는 '공돌이' 출신이었던 그 친구가 저런 좋은 자리에 생각보다 빠르게 취직했다는 건 분명 축하할 일이었고 또 기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런 기쁨 뒤에도 전화를 받은 뒤에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심보까진 아니었지만.. 털끝만큼도 사념이 섞이지 않아다면 거짓일 것이다. 항상 옆에서 친하게 같이 놀던 친구가 한발 앞서 나가면 자신도 친한 친구의 옆에서 나란히 서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고, 그래서 그런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초조해지는 것도 그럴 법하다지만,  그저.. 취직을 조금 더 빨리 한 것이고 조금 더 좋은 자리에 자리잡힘일 뿐인데 어찌나 이런 나 자신에 대한 무력감이 드는 걸까?  (이런 것도 근대성의 폐해라는 식의 되지도 않는 우스개소리나 지껄이는 나 자신이 때로는 병신같기도 하다. 뭘 알기나 알고 지껄이는 걸까?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의 취업에 대해 순수한 축하 말고 다른 잡스러운 감정이 섞였다는 것 자체도 나 자신에 대한 구역질이 날 수 밖에..) 그건 아마도 남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난 그렇지 않다' 라고 말하는 것에 불과할 뿐..


치열한 삶을 바라지도 않고 단지 그렇게 평범한 일상의 삶을 원하는 것으로서 '현실'적으로 변신한 나였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평범조차도 취하기에도 벅찬 나이기에 일상적으로 무력감은 찾아왔고, 매일의 일상에 큰 의미부여 없이 그날 그날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4.19를 4월 19일로 넘기고 지난 내 행동에 대해 또 한번 무력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왜냐면 그건 무의식적으로나마 남아있던, 스스로의 꿈에 대한 정체성마저도 배신하는 행위였으니까..  그것이 내가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막장까진 가고싶진 않다.

그래도 이렇게 그런 울컥한 기분을 글로 풀어놓고 차분히 읽고 있으면 그나마 좀 풀린달까? 이유없이 짜증나고, 화가 나는 자신의 심리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노라면, 그래도 납득을 하면서 스스로를 타자화하기 쉬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by 한단인 | 2008/04/19 04:16 | 자기 반성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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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초록불 at 2008/04/19 08:47
그냥 시대가 그랬을 뿐이죠. 일기 제일 앞에도 나오듯이 당구 한 게임하고 데모 시간에 맞춰 돌아오는 천진한(내 입으로 내가 이러니 좀 웃기는군요) 대학 1학년이었던 셈이죠.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8/04/19 10:50
저 상황에서 전 겁이 많아서 아마도 데모에 참가하지 않았을거 같았거든요. 그리고 포스팅 읽으면서 여러가지 이유로 이전부터 저 자신에게 대한 환멸감 비슷한 게 쌓이고 쌓이던게.. 뭐 이번에 폭발 비슷하게 한거에요. 저런 식으로 안풀면 또 몇주를 우울하게 보내야 되나서..

아.. 근데 기호학 포스팅은 제가 저만 보려고 포스팅을 하고서 비공개를 해뒀는데 어찌된건지 그게 풀려있네요? 이글루가 맛이 간건가? 비공개로 된걸 확인하고 잠들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8/04/20 00:45
겁이야... 제가 더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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