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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62 - 비빔국수와 건망증

1. 며칠 전에 어머니가 고추장을 담으시면서 부가적으로 석류액을 넣은 초장도 만드셨습니다.

2. 그 다음날, 이웃집에서 얻은 비빔면 소스(이 집 아저씨는 신기하게도 비빔면을 드시면 그 소스로 비비지 않고 면만 드시는 특이하신 분이라능..ㄷㄷㄷ 덕분에 제가 호강..(응?))로 비빔국수를 해먹는데 국수가 좀 남았지요. 근데 소스는 이미 다 쓴 상황인데다 제가 좀 많이 먹어놔서 남은 국수가 처치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그때 석류액 초장을 보신 어머니께서 그 초장 그대로 비빔국수를 해드셨죠. 원래대로라면 설탕이나 식초를 더 넣고 그러시는데 그렇게 하기 귀찮기도 하고 양도 적어서 그냥 그렇게 비비셨습니다. 그런데..


"어라? 이거 비빔면 소스랑 완전 똑같은데?"


라고 그러시더군요. 여태껏 어머니가 해주셨던 비빔국수는 비빔면하고는 맛이 많이 달라서 '설마 그럴리가'를 외치며 한입 베어물었습니다. 그런데.. 이럴수가..





그래! 이 맛이야!



놀랍도록 맛이 흡사한 게 아닙니까? 보통 초장만으로는 이런 맛이 절대 안나거든요. 그래서...





저는 감격했습니다.
(응?)



3. 여름철만 되면 비빔면에 환장을 하는 저로서는 '앗싸 이게 웬 떡이냐?' 를 외쳤지요.  입맛 없을 때나 간간히 밥통에 밥이 없으면 비빔국수 해먹으면 장땡이니까요. 안 그래도 집에서는 라면 따위는 절대 못먹는 저라서(살찐다고...) 이거라도 있으니 천만 다행일 밖에요. 석류액 배합비율을 따로 적어둘까도 생각했(....)


4. 그런데 문득 이틀 정도 한끼를 비빔국수로 해결하던 와중에 면에다 석류 초장만 뿌려서 먹으려니까 뭔가 심심한 겁니다. 어머니는 상추 저레기를 넣어서 드시는데 그거 넣어 먹으면 너무 맵더군요. 그래서 만만한걸 찾다보니 삶은 계란을 넣으면 되겠거니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번 비빔국수 할 때 삶은 계란을 넣으면 되겠거니 했지요.


5. 그런데.. 사흘동안 비빕국수를 해먹을 때마다 국수를 끓는 물에 집어넣고 나서야 '아차! 계란을 안 삶았네!!! 어헗헣ㅀ헣ㄹ OTL' 이러는 게 아니겠습니까? 결국 어제 저녁에는 저의 이런 건망증에 제가 열폭하고 말아 '국수가 팅팅 부는 한이 있더라도 삶은 계란을 넣고 말테다'를 외치며 다 삶은 국수를 앞에 두고 계란을 삶았습니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국수가 탱탱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저의 무의식은 계란 익기를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꽤 시간이 흐른 후 제 무의식은 이 정도면 익었겠거니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고는(한마디로 그 순간에는 정신줄 놓고 침만 질질 흘리며 비빔국수를 쳐다보고 있었...) 계란을 찬물에 식힌 뒤 까서 칼로 자르는 순간...




흐물흐물 나오는 계란 흰자...




...딱 한개 남은 건데...


계란이 산지 꽤 되나서 반숙된 거는 춈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버릴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럼 다시 삶으면 되지 않냐구요? 말이 반숙이지 도마 위에 흥건히 퍼진 설익은 흰자를 보면 아마 그런 말을 못하실 거에요. 어헗헣ㅀ헣렇렇헗  OTL



덧 1. 한 3일 전이었으면 계란 상태가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겠어요.


덧 2. 당연한 얘기지만




그런 겁니다. (응?)

by 한단인 | 2009/04/29 11:46 | 일상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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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umic71 at 2009/04/29 12:22
그런 때에는 팬에 올려서 다시 부치면 되는데...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4/29 12:32
팬에 올릴 정도도 못됐다능..
Commented by StarSeeker at 2009/04/29 13:37
새로운 형태의 면식인가요...(...)

오늘 점심은 비빔면으로 해야겠습니다...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4/29 17:07
우후후.. 신메뉴 '초장면' 대령이오~(응?)
Commented by 야스페르츠 at 2009/04/29 13:41
그거쓴 일본식 반숙란?? ㅎㅎ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4/29 17:07
엉엉~
Commented by 소시민 at 2009/04/29 18:10
하긴 이제 슬슬 비빔면 시즌이 시작될 때가 됬군요.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4/30 14:07
아.. 마침 집에 국수가 떨어졌습니다. OTL
Commented by seomaan at 2009/04/30 09:23
그렇게 쳐먹으니 살이 찌지.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4/30 14:06
형이 나한테 그런말 하면 안되지.. ㄲㄲㄲ 나보다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면서..
Commented by seomaan at 2009/05/01 03:22
글쎄... 내가 얼굴이 작아서 그렇게 살이 안쩌보여. 그리고 난 살빼면 되지만, 넌 살빼도 얼굴이 남아있잖아.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5/01 03:30
OTL
Commented by seomaan at 2009/05/02 09:35
오늘은 석가탄신일.
돼지 인플루엔자로 뒤숭숭한 요즘, 부처님께서는 미래(21세기) 돼지의 습격을 예언하시고자 몸소 돼지고기를 드시고 식중독으로 사망하신 혜안을 가지고 계셨다. 2500년을 미리 앞서 보신 부처님의 가르침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돼지를 조심해라!'
Commented by leopord at 2009/05/06 11:01
이거이 바로 마더의 맛. (아무도 믿지 마. 엄마가 꼭 구해줄께...) <-'마더' 스포일러? ㅌㅌㅌ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5/06 17:27
으어어어.. 어제부로 초장이 다 떨어졌다능.. ㅠㅠ
Commented at 2009/05/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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