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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74 - 가위 눌림

1. 어제 제가 잠을 좀 늦게 잤습니다. 한 3시 반인가 4시 즈음 그랬을 겁니다. 한시간 정도 잠이 들었을까, 완전히 잠이 들지 않은 상태였는데 눈은 감고 있어서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문득 양 옆에 아주 쎄~~~~한 느낌이 들더군요. 순간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감에 공포심이 들었습니다. 왠지 그 순간에는 눈을 뜨면 안될거 같더라구요. 그러면서 뒷목부터 순식간에 뻣뻣해짐을 느꼈습니다. 그러자 이게 순간적으로 가위 눌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2. 원래 가위 눌림은 커녕 귀신 옷자락같은 것도 단 한번도 못봐서 그런 거 하고는 전혀 인연이 없겠거니 하던 인생이었죠. 그렇다고 해서 딱히 공포물에 무서워하는 성격도 아니었기 때문에 주변에서 가위 눌렸다고 하면 그 느낌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귀신이 어떻게 생겨먹었나, 궁금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순간에는 뭔가 무섭기도 하면서 좀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햐아~ 나도 가위에 다 눌려보네?' 라고 말이죠.


3. 그런데 몸이 굳어질 때 아마 반사적으로 제가 몸을 흔들었습니다. 예전에 퇴마록에서 가위눌림이 있으면 작은 움직임 하나로 풀리는 경우가 있다고 쓰여진 말이 떠올라 그랬던 거 같습니다. 암튼 몸 전체가 마비되기 전에 반사적으로 몸을 흔들자 마비가 순식간에 풀리더군요. 그러고서도 좀 안심이 안됐는지 사방으로 몸을 미친듯이 흔들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양 옆에 쎄한 느낌도 없어졌습니다. 그리자 제가 눈을 뜨고 이렇게 말합니다.



'오우! 이거 기분이 쌈빡한데?'



(...어?)


.....



4. 아까도 말을 했지만 제가 어지간한 공포물에는 잘 반응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가위 눌림에 관한 과학적 분석에 대해서도 들어본 가락이 있고 그래서 웃고 넘기며 잠을 청하려고 했는데, 가위가 막 들려고 했을 때 느껴졌던 순간의 공포가 머리 속에 떠올라 쉽게 잠이 오지 않더군요. 가위 자체보다는 양 옆에 급격하게 느껴지던 존재감이 머리 속에 쉬이 잊혀지지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잠이 들려고 하면 자꾸 뒷목이 뻣뻣해지고 그때의 섬뜻한 느낌이 들려고 해서 말이죠. 솔직히 말하면 그때 저, 쵸큼 쫄았던거 같습니다. (아마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란 심정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때가 새벽 5시가 좀 안된 시간인데 날이 다 밝아서 왠 귀신 타령인가 싶어 웃기기도 하고 어이가 없더군요. 그렇게 1시간 정도를 더 뒤척였는데 결국은 잠을 완전히 설쳐서 한 8시엔가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깨어나니 10시 좀 안됐더군요. 일어나서는 '사람 잠도 안재우는 상도덕 없는 귀신인감?' 하고 짜증을 좀 냈습니다.



5. 몸이 허해져서 그런가.. 하고 웃고 념기려는데 뒷목의 섬뜻한 느낌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대체 이게 뭔지.. OTL

자꾸 신경을 써서 그런걸까요? 거참..

어쩌면 '한번 제대로 가위에 눌려보자(..응?)', 라거나 '그래도 춈 무섭긴 했어' 란 감정들이 무의식 속에서 충돌하다보니 자꾸 떠오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뭔가 어중간하게 끝나긴 했어요. 이건 가위가 눌린 것도 아니고 안 눌린 것도 아니고.. 무슨 '같기도'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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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단인 | 2009/08/21 10:19 | 일상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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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소시민 at 2009/08/21 11:31
가위 눌릴 때 기분은 참 오묘하죠. 소리를 지른 것 같기는 한데 들리지 않을때의 공포감이란...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8/21 11:36
그 상황에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 눈만 떴다면 아마 그런 상황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자유로픈 at 2009/08/22 03:00
사춘기 때 두 번인가 당해본 이후로는 겪어보지 못했네요. 저는 당할 때마다 아주 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식은땀으로 후줄근해질 때까지 당하다가 잠도 못자고 했지요...정말 귀신이 가슴 위에 올라타고 목을 조르는 느낌이랍니다. 언젠가는 제대로 당해보실 날도 있겠지요...!! ㅡㅡ;;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8/22 14:56
그때 눈을 떴다면 비슷한 상황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사실 그때 눈을 뜨지 않았던 이유가 좀 쫄아놔서리...

친구 말로는 한번 들린 뒤로 계속 들리는 경우도 있다던데 심한 경우에는 하루에 3번이나 가위에 눌린 적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나중에는 무덤덤해져서 귀신을 봐도 무신경해진다나 뭐라나...;;

그나저나 마지막 말씀에 ㅎㄷㄷ 해지는 군요.
Commented by seomaan at 2009/08/22 18:08
언젠가 진짜 가위를 가지고 가서 눌러주마.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8/23 10:40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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