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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146 - 오늘의 병신짓, 그리고 기분 좋은 일

1. 그러니까 오늘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있던 날이었드랬습니다. 원래는 돈내고 칠 생각은 없었는데 스터디 같이하는 친구놈이 시험감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저를 꼬드겼습니다. 그래서 저도 넘어가서 고급으로 응시했습니다.

2. 다 치고 나니 시간이 15분 가량 남더라구요. 평상시면 다시 긴가민가한 것을 한번 훑어보고  남을 시간이지만 그 전에 마킹을 다 해버리고 그냥 나왔습니다. 그런데...



앞장 문제라도 한번 다시 훑어볼 것을..



별로 그러고 싶진 않았지만 같이 간 친구놈하고 답을 맞춰보았죠. 그런데 5번인가 삼국시대 불교관련 유물을 찾는 문제가 있었드랬습니다. 탑이니 불상이니 사진을 걸어놓고 삼국시대 아닌 걸 고르는 거였는데 두개가 긴가민가합니다. 하나는 3번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인데 이게 통일신라인지 신라인지 좀 긴가민가 하고 다른 하나는 2번으로 첨보는 건데 쌍불상인가 그러합니다.



'음.. 쌍불이니까 뭐 이불병좌상쯤 되나?'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사에서 이불병좌상 언급하면 보통 발해 이불병좌상이죠. 답은 그래서 2번. 

그런데 대체 뭔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느낌상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어쩐지 통일신라 같다는 느낌이 살포시 들면서 이걸 찍으라는 목소리가 머리속에서 들리더군요.


...3번을 찍었습니다.




왜 사냐건..

그저 웃지요..




아오샹... 저 이불병좌상은 작년 임용문제에서 피를 보았던!!!

그 시험문제 개떡같다고 친구놈들과 욕을 바가지로 했던 그 전설의....발해 법화신앙 이불병좌상!!!!!



같이 시험치러간 친구놈이 불쌍하게 저를 쳐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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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쯤 있다가 이번엔 제가 친구놈을 불쌍하게 쳐다봤습니다.(응?)



3. 왜 이런 병신짓을 한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어제 잠을 못 잔 것도 아니고, 시험문제가 특출나게 어려웠던 것도 아니고... 근데 왜?

그리고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하나 있다는 게 생각났죠.

아침에 응시장소로 향하는데 응시장소가 대구 동중학교였지요. 들어가는 입구를 정확히 몰라서 찾고 있는데 골목길에서 응시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 걸어나오고 있습니다. 아마 골목길로 들어갔다가 입구가 아닌 걸 알고 나오는 중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인가 하고 한 여학생을 붙잡고 친구놈이 말을 걸었습니다. 자세히는 못들었지만 그런 것 같다는 것이었고 같은 응시생이다 보니 붙임성 있었던 친구놈은 이 여학생과 얘기를 하면서 걸어갔지요.

말을 몇마디 붙여보니 한국교원대 출신에 올해 졸업하는 임용준비생이라더군요.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역사과랍니다. 잠시 뜨악한 생각에 '강력한 경쟁자다!!!' 란 외침이....(근데 어쩌라고..)


근데 문제는 이 여학생이 대단힌 미인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응?)


자.. 그럼 여기서 문제..

계란 한판의 마법사가 7살 연하인 묘령의 초특급 미인을 만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외견상 어떤 일이 벌어지진 않았습니다.

진정하세요!





그저 진짜 그 순간만큼은 사람이 좀 더 뻔뻔해져서 이것도 인연이니 전화번호라도 물어볼까 하는 미친 생각을 잠시..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미인이었습니다..라면 변명일까요?


뭐, 고사장에 들어오고 나서도 시험시작 전까지 그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저도 참...

나중에 시험시간이 15분 남았음에도 다시 문제를 보지 않은 것은 싱숭생숭한 그 기분이 가시질 않아서 말이지요.



아무튼 5번 문제의 병신짓은 그런 이유라는 뻔뻔한 정신승리를 하고 말았습니다.(...그만해)


(친구놈도 물귀신으로 끌어다볼까 생각했지만 차마 말하진 않았습니다.)



4. 근데 여기서 끝난게 아닙니다.(응?)

이런 시험을 치려면 신분증을 지참해서 본인 확인을 해야할 텐데 마침 친구놈은 시험문제를 좀 빡빡하게 풀다보니 시간 여유가 좀 없었더랍니다. 그래서 급하게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왔는데 그만 교실에 민증을 두고 나왔지 뭡니까?

그 사실을 안 시각은 시험이 끝난지 어언 한시간 뒤...

저는 분명히 가지고 나온 거 같긴 한데 저는 붕어대가리 수준인 제 기억력을 절대적으로 불신하는 터라 덩달아 저도 불안해졌습니다. 막 가방을 뒤져보니 나오질 않습니다.

급하게 학교로 쫒아가서 행정실에 문의해보니 수거된 일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혹시 교실에 남아있나 해서 문을 따고 들어갔는데 친구놈은 찾았고 저는 없더군요.

속으로 '아오샹..' 이러면서 가방을 다시 뒤졌는데 가지고 갔던 책과 수험표 접은 사이에서 뭔가가 툭 떨어집니다.


어라? 민증이네요?





...답을 두번 할 필요는 없겠죠?




5. 하도 어이가 없어서 서로 쳐다보며 낄낄거리다가 점심을 먹고 헤어졌습니다. 아.. 이런게 바로 '기분 드럽고 좋다'구나 를 연발하면서 말이죠.(뭐 임마?)

그리고 전 간만에 시내 나온 김에 통신사 공짜 영화티켓으로 예매해둔 고지전을 보러 갔습니다. 시간이 좀 남아서 교보문고에서 책을 보고 나오던 중에 어디서 많이 익은 얼굴이 보이길래 누군가 했더니 중학교 절친이지 뭡니까? 서로 공부하느라 연락도 잘 안되던 차였는데 시내에서 그렇게 만날 줄은 몰랐지요.

우연찮은 반가운 만남이라 얘기는 더 하고 싶었는데 영화시간이 다된대다 그 절친도 마침 약속차 교보문고로 온 것이라 오래 얘기는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10분 정도 걸어서 극장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제 등을 찰싹 칩니다. 뭔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아니, 오늘 무슨 장날인가?



10년 동안 소식을 모르던 중학교 절친을 또 만났습니다. 와.. 진짜 눈물나게 반갑더라구요. 바로 10분 전에 만났던 절친은 그래도 가끔씩 소식은 들을 수 있었지만 이 녀석은 아니었거든요. 10년이 넘게 지났는데 전혀 변하지 않은 얼굴이라 더 반갑기도 하고...

정말 반갑고 오랜만인지라 얘기를 해야겠는데 영화시간이 이미 약간 늦었고 그녀석도 사촌동생이랑 영화를 보러온 참이라 아쉽지만 전화번호만 교환하고 헤어져야 했습니다. 아.. 요즘 뭐하고 지내는지, 같이 사시는 할머니는 잘 계신지도 물어보지 못했더라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전 시근이 없어요. OTL

뭐, 그게 오늘의 마지막 병신짓이었다는 것은 소소한 이야기


와..암튼 기분 좋지 뭡니까? 아침부터 눈이 개안할 듯한 미인을 보질 않나(응?) 중학교 절친 둘을, 그것도 소식도 모르던 절친을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만나질 않나...

덕분에 시험문제를 엄한 곳에서 말아먹은 기분 드럽고 좋은 상황은 오늘의 좋은 일에 대한 등가교환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임용시험도 아닌데요 뭘..



덧. 아.. 저 오늘 대체 뭐한 건지..

아무튼 사람 기분이란게 아무리 하루에 열두번도 더 변한다지만 생각해보니 아침에는 좀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 같긴 하네요..

by 한단인 | 2011/08/13 21:08 | 일상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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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1/08/13 23: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야스페르츠 at 2011/08/14 19:59
3. 으아니 그럼 전번도 안땄단 말입니까? ㅋㅋ
Commented by 한단인 at 2011/08/14 20:59
정말 미친 척하고 그래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아시다시피 제가 새가슴인지라...OTL


마법사의 삶이 다 그렇지요. ㅋ
Commented by Warfare Archaeology at 2011/08/15 20:25
쯧쯧...전번은 기본으로 따놨어야지. 쯧쯧쯧.
Commented by 한단인 at 2011/08/15 21:00
Warfare Archaeology / 어허.. 나 새가슴인거 모르남? ㅋ
Commented at 2011/08/16 17: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한단인 at 2011/08/16 21:09
후... 전번이야 뭐..

이미 때는 늦었고.. OTL
Commented at 2011/08/17 15: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한단인 at 2011/08/17 17:18
아.. 그러시군요. 저는 영천에 있는 3사관학교 취사병으로 근무했습니다. 집 근처인 건 좋았는데 병사가 아니라 생도 상대로 하는 식당이라 식기를 취사병이 닦고 혹한기 훈련과 유격도 열외없이 같이 뛰는 괴이한 취사분대였지요.
Commented at 2011/08/18 00: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한단인 at 2011/08/18 02:10
예. 대강 그즈음 전역했죠.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그런 이유로 인해 취사병이 땡보 보직이라고 욕을 먹는 편이긴 하지만 저게 안 좋은게 휴가도 잘 안나고 일요일도 없고 그래서 제 생각에는 쌤쌤입니다만 저 같은 경우는 휴가 일요일도 없는데 생도들이 방학을 가는 때에 시작하는 훈련 유격은 저희가 일이 일시적으로 없는고로 그때 다 뛰어야 되어서 항상 분대원들은 최악의 개같은 취사분대라고 욕을 바가지로 하곤 했죠. 사실 그게 맞는 말이기도 하고요. OTL
Commented by 두막루 at 2011/08/24 12:41
고조선 명칭 문제와 관련해서 메일 드렸는데, 잊으신 것 같아서 덧글을 씁니다. 평소 바쁘신 줄 알기에 덧글을 달기도 눈치가 보이긴 합니다만...^^;
Commented by 한단인 at 2011/08/24 17:39
전화주시라능...
Commented at 2011/08/24 13:3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한단인 at 2011/08/24 17:33
제가 알기로는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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